[강력ㆍ마약ㆍ강도ㆍ지능범죄 수사 등 외근형사로 12년간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김성순 동문. 지난 7월 전국 6천여 명의 여경 가운데, 수사 분야에서 최고 성과를 낸 경찰관에서 수여하는 "으뜸 여경대상"을 받은 대한민국의 정정당당한 여형사 김 동문을 만나봤다.]
신문이 만들어준 인생의 목표
물리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가을 어느 날, 김 동문은 공과대학 앞 벤치에 앉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. 그 때 가을바람에 날리던 신문 속 한 기사를 보게 됐다. "여자형사기동대 발대식"관련 기사였다. "여자가 형사가 된다니…. 그 기사를 보니 절로 흥분이 되더군요._nbsp_ "그 여경들처럼 나도 형사가 되어 강한 여성으로 살 수 있겠구나"라는 기대감이 생겨 경찰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. " 김 동문은 그 기사를 읽기 전에는 여자가 경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. 그 기사로 인해 진로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. 그러나 집안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. "부모님은 여자가 무슨 경찰이냐면서 반대를 하셨습니다. 당시만 해도 남녀 불문하고 경찰이라는 직업이 굉장히 위험하고 힘든 직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할 때였기 때문이죠."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찰에 도전했지만 그 또한 결코 쉽지 않았다. 지금은 1년에 1~2회 정도 여자경찰을 채용한다. 그러나 김 동문이 경찰이 되고자 했던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여자경찰을 뽑는 정기적인 시험이 없었고 필요할 때만 조금씩 뽑았기 때문에 3~4년에 한 번씩 채용했다. 김 동문은 대학을 다니면서 가산점이 있는 컴퓨터 자격증 공부와 경찰시험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1994년 졸업하던 그 해 10월에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. 1995년 순경으로 경찰에 발을 들이게 된 김 동문은 교통과에 2년 여간 근무한 뒤 1997년, 꿈에 그리던 서울지방경찰청 여자형사기동대에 발령을 받았다. 지금까지 강력ㆍ마약ㆍ지능범죄 수사 등 외근형사로 12년간 활약하고 있다.
대한민국 여형사로 살아가기
현재 김 동문이 근무하고 있는 곳은 강력팀이다. 강력팀은 살인과 강도, 강간, 절도, 마약, 폭력 등 강력 사건을 담당하는 곳이다. 김 동문이 마약계에서 근무할 때는 "뽕순이"라는 별명도 얻었다. 필로폰은 속칭 "뽕"이라고 불리는데 동료들이 마약사범을 잘 잡았던 김 동문의 마지막 이름 "순"과 합쳐 "뽕순이"라고 불렸던 것이다. 여자형사기동대에 근무하면서부터 "형사"라는 호칭을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김 동문. 그러나 여자이기 때문에 남성적인 성향이 강한 형사로 일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한다. "내가 여자라서 이렇게 대해주는구나"라는 피해의식은 금물입니다. 또 여자이기 때문에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배려한다고 생각하면 맘이 편해집니다. 차이는 인정하지만 차별은 인정할 수 없죠.
노력과 열정의 결과가 빛을 발한 순간
형사 업무는 불규칙한 생활의 연속이기 때문에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. 여형사의 경우는 더더욱 그랬다.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우선순위로 살아왔다는 김 동문은 형사 생활을 위해 결혼까지 포기했다.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일까. 유명 영화배우의 휴대전화를 복제한 기획사를 적발하고 해외 유령 의과대학을 내세워 12억 원을 가로챈 사립대 총장을 구속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는 여러 사건의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. 김 동문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왔다. 지난 7월 제63주년 여경 창설 기념행사에서 "으뜸 여경대상"을 받은 것이다. "으뜸 여경대상"은 전국 6천여 명의 여경 가운데 범인 검거 실적 등 수사 분야에서 최고 성과를 낸 경찰관에게 주는 상이다. 이로 인해 경사에서 경위로 1계급 특진을 하는 영광도 안았다. "조직 내에 저보다 훨씬 뛰어나고 멋진 여형사들도 많은데 으뜸 여경대상을 받은 것은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. 형사로 12년을 근무해 온 것에 대해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라고나 할까요"(웃음)
대한민국을 짊어지는 공명정대 김형사
정말 경찰이 되고 싶었고 그 꿈을 이뤘기에 지금 하고 있는 일 모두가 매력적이라는 김 동문. 경찰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단순히 직업을 갖기 위해, 공무원이 되기 위해 경찰을 선택한다면 경찰로서의 생활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조언한다. 경찰은 많이 힘든 직업이기 때문이다. 하지만 김 동문은 그에 따른 보람과 자긍심도 큰 직업이라고 말한다. "개인적으로 경찰은 다른 누구보다도 사회 구석구석 어두운 면을 많이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경찰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.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가 가장 중요합니다."_nbsp_ 경찰이 된지 14년이 지난 지금, 체력의 한계와 나이에서 오는 중압감도 느낀다는 김 동문은 그래도 계속해서 강력반 형사로 살고 싶다고 말한다. "몸도 마음도 건강한 김 형사, 공명정대하게 사건해결을 잘하는 김 형사"이고 싶습니다.
2009년 11월 16일